초연은 실패작이었던 「호두까기 인형」, 어떻게 연말마다 보는 발레가 됐을까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초연 때 성공작으로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먼저 인기를 얻은 모음곡과 미국 공연이 이 작품을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만들었습니다.

「호두까기 인형」은 차이콥스키가 작곡한 2막짜리 발레로, 1892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초연되었고 이야기는 크리스마스이브에 펼쳐집니다. 지금은 해마다 12월이면 어김없이 무대에 오르지만, 초연은 성공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한동안 차이콥스키의 다른 발레보다 훨씬 덜 공연되었습니다. 먼저 사랑받은 것은 연주회용 모음곡이었고, 20세기 중반 미국 공연이 이 작품을 연말 전통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줄거리와 함께 그 과정을 따라가 봅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다음 의뢰

1890년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황실 극장 감독 이반 브세볼로즈스키는 그 성공을 이어 가려고, 오페라 「이올란타」와 발레 한 편을 같은 날 저녁에 올리는 2부 공연을 의뢰했습니다. 안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함께 만든 마리우스 프티파가 맡았습니다. 흥미롭게도 차이콥스키 자신은 이 작품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만큼 마음에 들지 않았고, 썩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의뢰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작곡가가 덜 만족한 곡이 훗날 가장 많이 듣는 곡이 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입니다.

호프만의 동화에서 뒤마의 각색으로

원작은 E. T. A. 호프만이 1816년에 쓴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 왕」이지만, 발레는 알렉상드르 뒤마가 1844년에 프랑스어로 각색한 「호두까기 인형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그마저도 줄거리를 크게 줄여, 왕자가 왜 호두까기 인형이 되었는지 설명하는 긴 액자 이야기 ‘단단한 호두 이야기’는 빠졌습니다. 프티파는 곡마다 템포와 마디 수까지 정해 줄 만큼 꼼꼼하게 지시했습니다. 작곡 도중 차이콥스키는 카네기 홀 개관 공연을 지휘하러 약 25일 동안 미국에 다녀왔고, 악보 일부는 프랑스 루앙에서 썼습니다.

발레보다 먼저 뜬 모음곡

발레가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차이콥스키는 여덟 곡을 골라 연주회용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작품 71a)을 만들었습니다. 1892년 3월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처음 연주되었을 때 거의 모든 곡이 앙코르를 받았습니다. 모음곡은 발레 전막보다 훨씬 먼저 인기를 얻었고, 나중에는 디즈니 영화 「판타지아」(1940)에도 쓰였습니다. 발레를 본 적이 없어도 음악은 익숙한 사람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1892년 초연

「이올란타」와 「호두까기 인형」의 합동 초연은 1892년 12월 18일(러시아 구력 12월 6일)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리카르도 드리고의 지휘로 열렸습니다. 프티파는 8월에 안무를 시작했지만 병으로 손을 떼야 했고, 7년 동안 그의 조수였던 레프 이바노프가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안무가로는 보통 이바노프의 이름이 올라갑니다. 비평가들은 대본이 한쪽으로 치우치고 호프만의 원작에 충실하지 않다는 점, 아이들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 주역 발레리나가 자정 무렵의 그랑 파 드 되가 되어서야 춤을 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줄거리

1막의 배경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뉘른베르크, 슈탈바움 가족의 파티입니다. 수수께끼 같은 대부 드로셀마이어가 장난감을 들고 오는데, 그중 나무 호두까기 인형을 클라라의 동생 프리츠가 망가뜨리고 드로셀마이어가 고쳐 줍니다. 자정이 지나자 트리가 커지고 인형이 살아나, 머리가 일곱 개 달린 생쥐 왕의 군대와 싸웁니다. 클라라가 슬리퍼를 던져 생쥐 왕의 주의를 돌리고, 호두까기 인형이 승리합니다. 왕자가 된 인형은 클라라를 눈 내리는 소나무 숲으로 데려갑니다.

2막은 사탕 요정이 다스리는 과자의 나라입니다. 스페인의 초콜릿, 아라비아의 커피, 중국의 차, 러시아의 트레팍, 마더 진저와 아이들이 차례로 춤추고, 「꽃의 왈츠」와 그랑 파 드 되가 이어집니다. 마지막에 클라라는 순록이 끄는 썰매를 타고 떠납니다.

첼레스타의 소리

이 음악이 동화처럼 들리는 데에는 방울 소리 같은 건반 악기 첼레스타의 몫이 큽니다. 차이콥스키는 1891년 교향적 발라드 「보예보다」에서 이미 써 보았지만, 이 악기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사탕 요정의 춤」이었습니다. 그랑 파 드 되의 아다지오는 한 옥타브 음계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친구와의 내기 때문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미국에서 연말 전통이 되다

러시아 밖으로는 천천히 퍼졌습니다. 1927년 부다페스트에서 축약판이, 1934년 영국에서 러시아 밖 첫 전막 공연이 열렸습니다. 미국에서는 1944년 12월 24일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이 처음으로 전막을 올렸고, 1954년 조지 발란신이 뉴욕 시티 발레단을 위해 만든 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마리아 톨치프가 사탕 요정을 춤춘 이 공연은 해마다 열리는 크리스마스 행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미국 주요 발레단은 한 해 티켓 수입의 약 40%를 이 작품에서 얻습니다. 한편 이 작품에 대한 의존이 미국 발레를 보수적으로 만들었다는 비판, 중국 춤과 아라비아 춤이 고정관념에 기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호두까기 인형」으로 배우는 한국어 표현

표현 뜻 예문
첫 단추를 잘못 끼우다 시작부터 일이 어긋나다 초연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이었다.
단골 레퍼토리 자주 공연하는 작품 이 발레는 연말 단골 레퍼토리다.
단것을 좋아하다 달콤한 음식을 즐기다 단것을 좋아하는 동생은 과자의 나라에 반했다.
귀에 익다 여러 번 들어 익숙하다 그 선율은 누구에게나 귀에 익다.
빠지지 않다 늘 포함되다 12월 공연에서 이 작품은 빠지지 않는다.

연습: 우리 집의 연말 풍경을 ‘단골 레퍼토리’와 ‘귀에 익다’를 넣어 한국어 문장 세 개로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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