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은 왜 이름을 숨겼을까? 『오만과 편견』을 쓴 '어느 숙녀'의 일생

제인 오스틴은 왜 이름을 숨겼을까? 『오만과 편견』을 쓴 '어느 숙녀'의 일생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생전에 '어느 숙녀 지음'으로만 나왔습니다. 시골 목사의 딸이 여섯 편의 고전을 쓰고 팔고 감춘 이야기를 따라갑니다.

제인 오스틴은 살아 있는 동안 낸 소설 어디에도 자기 이름을 싣지 않았습니다. 1811년 『이성과 감성』의 표지에는 "By a Lady", 곧 '어느 숙녀 지음'이라는 말만 있었고, 독자들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오빠 헨리가 쓴 짧은 전기를 통해서야 작가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점잖은 집안의 여성이 소설을 낼 때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일은 드물지 않았고, 가족에게 기대어 살던 목사의 딸에게 익명은 사생활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건 그다음입니다. 돈도, 문단 인맥도, 표지에 이름조차 없던 여성이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설가가 되었으니까요.

책과 형제들로 북적이던 목사관

제인 오스틴은 1775년 12월 16일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의 스티븐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 조지 오스틴은 스티븐턴과 딘 교구의 목사였고, 어머니는 커샌드라 리였습니다. 형제가 많은 시끌벅적한 집에서 자랐고, 언니 커샌드라는 평생의 단짝이었습니다.

학교는 1785~1786년에 잠깐 다닌 게 전부였고, 대부분은 아버지와 가족 지인의 서재에서 마음껏 책을 읽으며 스스로 배웠습니다. 가족끼리 연극을 올리던 경험도 그의 풍자 감각을 길러 주었습니다.

10대에 '나쁜 소설'을 비웃다

1787년부터 1793년 사이 오스틴은 이야기와 패러디를 공책 세 권에 가득 채웠습니다. 풍자 소설 『사랑과 우정』, 익살스러운 『영국사』 같은 글입니다. 주인공이 걸핏하면 기절하는 감상 소설과 고딕 소설을 놀리는 시선은 어른이 된 뒤의 작품에도 이어졌고, 그래서 그의 소설은 사실주의 문학으로 넘어가는 흐름의 일부로 평가받습니다.

하룻밤 만에 거둔 '예'

1795~1796년 그는 동네를 찾은 청년 톰 르프로이와 가까워졌지만, 상대 집안이 그를 떠나보내면서 두 사람은 맺어지지 못했습니다. 1802년 12월에는 부유한 집안 지인 해리스 빅위더의 청혼을 받아들였다가 다음 날 아침 거절로 바꿨습니다. 그 결혼이면 평생 돈 걱정은 없었을 겁니다. 결혼이 여성의 앞날을 통째로 바꾸는 그의 소설을 떠올리면, 이 선택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답장 한 통으로 거절당한 『첫인상』

『오만과 편견』은 1796년 10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첫인상(First Impressions)』이라는 가제로 쓰였습니다. 1797년 11월 아버지가 런던의 서적상 토머스 커델에게 원고를 보냈지만, 곧바로 거절 답장이 왔습니다. 1803년에는 『수전』이라는 소설을 10파운드에 팔았는데 출판사가 끝내 내지 않았고, 1816년에야 판권을 되사 왔습니다. 이 책이 훗날의 『노생거 사원』입니다.

초턴 오두막에서 꽃핀 작품들

1800년 아버지가 은퇴하면서 가족은 바스로 이사했고, 그 시기에 오스틴은 글을 많이 쓰지 못했습니다. 1805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어머니와 딸들은 오빠들의 도움으로 생활했습니다. 1809년 오빠 에드워드의 도움으로 햄프셔 초턴 마을의 작은 집에 자리를 잡았고, 여기서 옛 원고를 고쳐 차례로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판권은 150파운드를 원했지만 110파운드에 출판업자 토머스 에저턴에게 넘어갔고, 1813년 1월 28일 세 권짜리로 나왔습니다. 『맨스필드 파크』(1814)는 반년 만에 다 팔렸고, 『에마』(1815)는 월터 스콧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영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첫 문장

『오만과 편견』은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로 시작합니다. 재산 많은 독신 남자라면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라는 뜻이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믿는 사람은 베넷 부인 같은 어머니들입니다. 베넷 집안의 재산은 아들에게만 상속될 수 있어서, 다섯 딸에게는 좋은 혼처가 절실했습니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2천만 부 넘게 팔렸습니다.

마흔하나의 죽음, 그리고 밝혀진 이름

1816년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흔히 애디슨병이라고 하지만 호지킨 림프종이라는 견해도 있고, 둘 다 후대의 추정입니다. 1817년 7월 18일 윈체스터에서 마흔하나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고, 윈체스터 대성당에 묻혔습니다. 같은 해 『노생거 사원』과 『설득』이 함께 출간되었고, 헨리의 글이 마침내 '어느 숙녀'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오스틴으로 배우는 우리말 표현

표현 뜻 예문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다 처음 느낌으로 사람을 단정하다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면 후회할 수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여기는 그가 성실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청혼을 거절하다 결혼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다 그녀는 다음 날 청혼을 거절했다.
자존심을 굽히다 체면을 내려놓고 받아들이다 자존심을 굽히고 먼저 사과했다.
이름을 숨기다 이름을 밝히지 않다 작가는 이름을 숨긴 채 책을 냈다.

연습: "~라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로 일상에 관한 문장을 하나 만들고, 다음 문장에서 사실은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슬쩍 보여 주세요. 오스틴식 아이러니 연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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