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새벽이 좋다: 세이 쇼나곤의 『마쿠라노소시』, 목록으로 쓴 천 년 전 궁정 일기

『마쿠라노소시』는 세이 쇼나곤이 데이시 황후의 궁정에서 쓴 수필집으로, 목록과 일화와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작가, 내용, 문체, 영향을 정리했습니다.

『마쿠라노소시』(枕草子, 영어로는 The Pillow Book)는 세이 쇼나곤이 쓴 책입니다. 그녀는 일본 헤이안 시대인 990년대부터 1000년대 초까지 황후 후지와라노 데이시를 모신 궁정 여관이었고, 그 시절의 관찰과 생각을 이 책에 적었습니다. 한 자료는 완성 시기를 1002년으로 봅니다. 이 책이 유명한 까닭은 당대에 비슷한 책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서로 거의 이어지지 않는 수필, 일화, 시, 그리고 무엇보다 '목록'이 작가의 취향과 재치와 기분만으로 묶여 있습니다. 지금도 당시 궁정 사회를 알려 주는 중요한 자료이자 일본 문학사의 이정표로 꼽히며, 간결하고 매력적인 문체는 일본어 산문의 본보기로 이야기됩니다.

세이 쇼나곤은 누구인가

본명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당시 궁정 여관은 아버지나 남편의 관직에서 따온 호칭으로 불렸는데, '세이'는 아버지 성 기요하라(清原)의 '清'을 음으로 읽은 것이고 '쇼나곤'은 관직 이름입니다. 다만 아버지도, 알려진 남편들도 이 관직을 맡은 적이 없어 왜 이렇게 불렸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본명이 기요하라노 나기코였다는 설도 있지만 가능성의 하나일 뿐입니다.

966년 무렵 태어났고, 아버지 기요하라노 모토스케는 학자이자 이름난 와카 시인이었으며 증조부 기요하라노 후카야부도 시인이었습니다. 993년 무렵 이치조 천황의 황후 데이시를 모시기 시작했고, 기억력이 뛰어나며 상황에 꼭 맞는 옛 노래를 척척 인용하는 재주로 알려졌습니다. 말년에 대해서는 비구니가 되어 가난하게 살았다는 전승과, 지방관과 결혼해 딸을 두었다는 전승이 함께 전해집니다.

방석 위에 두고 온 원고

세이 쇼나곤은 이 글을 혼자만 보려 했던 듯합니다. 손님에게 내준 방석 위에 원고를 두었다가, 손님이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가져가는 바람에 일부가 궁중에 퍼졌다고 전해집니다. 완성 시기도 확실하지 않아서, 궁을 떠난 뒤인 1001년에서 1010년 사이에 마무리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무엇이 들어 있나

줄거리는 없습니다. 번역가 메러디스 매키니는 이 책을 장르를 넘나드는, 서로 거의 관계없는 짧은 글들의 잡록이라고 했습니다. 보통 세 갈래로 나눕니다. 궁정에서 보고 겪은 일을 적은 이야기, 온갖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 그리고 가장 유명한 목록입니다. 목록에는 '얄미운 것' '마음이 끌리는 것' 같은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흔히 "봄은 새벽"(하루와 아케보노)으로 옮기는 첫 문장조차,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를 두고 이견이 있습니다.

오늘 읽는 본문도 하나로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필사본으로 전해지며 필사자들이 순서를 바꾸거나 글을 더하고 뺐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요 계통은 네 가지이고, 가장 널리 쓰이는 산칸본은 297단에 보충 29단이 붙어 있습니다. 판본마다 단 번호가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밝은 문장 뒤의 그늘

책 속 세상이 늘 즐거웠던 것은 아닙니다. 데이시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경쟁자 후지와라노 미치나가가 자기 딸 쇼시를 입궁시켜 황후로 올렸고, 데이시는 두 황후 가운데 한 명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세이 쇼나곤은 궁정 일을 가볍게 그리며, 데이시가 출산 중에 세상을 떠난 일 같은 가혹한 현실은 줄이거나 빼 버립니다. 당시 풍조에서는 너무 격정적으로 쓰는 것이 오히려 멋없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이 배경을 알고 다시 읽으면 환한 장면들이 훨씬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그녀의 핵심어는 '오카시', 곧 재미있고 사랑스럽다는 뜻의 말입니다. 『겐지 이야기』가 '모노노아와레'의 문학이라면, 『마쿠라노소시』는 이 지적이고 재빠른 감탄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여 줍니다. 많은 독자가 그녀를 오만하다고 느끼지만, 자기 감정을 거침없이 날카롭게 말하는 그 태도를 즐기는 독자도 많습니다.

무라사키 시키부와의 경쟁

『겐지 이야기』의 작가 무라사키 시키부는 쇼시 황후를 모셨고, 자기 일기에서 세이 쇼나곤을 꽤 신랄하게 평하면서도 그 문학적 재능은 인정했습니다. 경쟁하는 두 황후를 모신 두 여성이 같은 가나 문자로 일본 산문의 기초를 함께 놓은 셈입니다.

가나로 쓴 책, 그리고 그 뒤

당시 남성은 주로 한자로, 여성은 주로 히라가나로 썼고, 『마쿠라노소시』는 이런 여성 문학 전통에 속합니다. 문단이 짧아 현대 일본인도 비교적 쉽게 읽습니다. 이 책은 '즈이히쓰'(수필)라는 장르에 영향을 주었고, 뒤에 나온 『호조키』와 『쓰레즈레구사』가 같은 계열에 듭니다. 영어로는 1928년 아서 웨일리의 부분 번역, 1967년 아이번 모리스의 첫 완역, 2006년 매키니의 완역이 나왔고, 1996년에는 피터 그리너웨이가 이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현대 이야기로 영화 『필로우 북』을 만들었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좋아하는 것' 목록을 적어 두는 사람이라면, 천 년 전 그녀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세이 쇼나곤으로 배우는 일본어

일본어 뜻 예문
春 (はる, 하루) 봄 春はあけぼの。 봄은 새벽.
夏 (なつ, 나쓰) 여름 夏は夜。 여름은 밤.
秋 (あき, 아키) 가을 秋は夕暮れ。 가을은 해 질 녘.
冬 (ふゆ, 후유) 겨울 冬はつとめて。 겨울은 이른 아침.
好きなもの (스키나 모노) 좋아하는 것 好きなものを書く。 좋아하는 것을 쓰다.

연습: 한국어로 '내가 좋아하는 것' 다섯 가지 목록을 만들고, 春はあけぼの를 소리 내어 세 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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