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괴물의 팔을 뜯어낸 영웅: 고대 영어 서사시 『베오울프』 입문
『베오울프』는 고대 영어 영웅 서사시다. 괴물 그렌델과 그 어미, 오십 년 뒤의 용과 싸운 영웅 이야기를 작자·필사본의 수수께끼, 주제, 표현과 함께 정리했다.
『베오울프』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한 문단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예아트족의 젊은 전사 베오울프가 바다를 건너 덴마크 왕 흐로스가르를 돕는다. 왕의 큰 연회장 헤오로트는 괴물 그렌델에게 십이 년째 습격당하고 있었다. 베오울프는 맨손으로 그렌델을 쓰러뜨리고, 복수하러 온 그렌델의 어미까지 죽인다. 고향에 돌아가 예아트족의 왕이 된 그는 오십 년 뒤 용과 싸워 이기지만 치명상을 입고, 백성들은 그를 화장한 뒤 바닷가에 무덤을 쌓아 기린다. 이야기의 뼈대는 이것이 전부다. 아래에서 작품의 성격, 작자와 연대의 수수께끼, 불길을 견딘 필사본, 영웅들이 살던 세계, 주제,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익힐 만한 표현까지 차례로 살펴본다.
어떤 작품인가
『베오울프』는 고대 영어로 쓰인 시로, 게르만 영웅 전설의 전통에 속하는 서사시다. 두운을 맞춘 3,182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대 영어 문학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으로 꼽힌다. 고대 영어는 노르만 정복 이전 앵글로색슨인의 언어로, 지금의 영어와 너무 달라서 영어 사용자도 번역 없이는 읽기 어렵다. 흥미로운 점은 영문학의 출발점으로 여겨지는 이 작품의 무대가 잉글랜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5–6세기 이교 시대의 스칸디나비아에서 벌어지고, 등장인물도 대부분 덴마크인, 예아트인, 스웨덴인이다.
작품에는 허구와 전설, 신화와 역사가 뒤섞여 있다. 베오울프 자신은 다른 고대 영어 필사본에 나오지 않지만, 흐로스가르 왕 일가를 비롯한 여러 인물은 스칸디나비아 기록에도 등장한다. 베오울프의 주군 히옐라크 왕의 프리지아 원정은 6세기 역사가 투르의 그레고리우스도 적어 두었고, 521년 무렵의 일로 본다.
누가, 언제 썼나
작자는 알려져 있지 않아서 학자들은 그냥 '베오울프 시인'이라고 부른다. 연대도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것은 필사본이 975년에서 1025년 사이에 만들어졌다는 사실뿐이다. 시 자체는 더 오래되었을 수 있어서, 톨킨을 비롯한 학자들은 8세기 설을 지지했고, 890년대 앨프레드 대왕 시대라는 견해나 필사본과 비슷한 시기라는 견해도 있다. 하프 반주에 맞춰 음유시인 '스콥'이 읊었다는 전통적인 그림이 있는 한편, 구전 기법을 빌린 글로 쓴 문학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다.
필사본의 운명도 극적이다. 이 시는 '노웰 필사본'이라 불리는 책 한 권에만 남아 있고, 원본에는 제목도 없다. 1731년 로버트 코튼 경의 중세 필사본 소장품을 보관하던 런던의 애시버넘 하우스에 불이 났을 때, 필사본은 살아남았지만 가장자리가 그을려 일부 글자를 잃었다. 두 명의 필경사가 나누어 베꼈고 1939행 이후로 필체가 달라지며, 지금은 영국도서관에 있다.
이야기의 흐름
시는 덴마크 왕가의 전설적 시조 쉴드 셰빙의 장례로 시작해, 그 후손 흐로스가르 왕이 지은 큰 연회장 헤오로트로 옮겨 간다. 왕과 전사들이 밤마다 노래하며 잔치를 벌이는데, 성경 속 카인의 후손이라는 괴물 그렌델은 그 즐거운 소리에 괴로워한다. 그렌델은 잠든 전사들을 덮쳐 잡아먹고, 덴마크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연회장을 버린다. 이런 벌꿀술 연회장은 게르만 영주가 가신들과 살며 손님을 맞고 공동체가 모이던 중심 공간이었다. 연회장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것은 사회의 한가운데가 위협받는다는 뜻이었다.
소문을 들은 베오울프는 자기 왕의 허락을 받고 덴마크로 건너온다. 그는 자신이 그렌델과 대등하다며 무기를 쓰지 않고, 자는 척하다가 괴물이 부하 한 명을 죽이자 그 손을 움켜쥔다. 동료들의 칼은 그렌델의 살갗을 뚫지 못하지만, 베오울프는 괴물의 팔을 어깨째 뜯어낸다. 그렌델은 늪지로 달아나 죽는다.
이튿날 밤에는 아들의 원수를 갚으려는 그렌델의 어미가 나타나 왕이 가장 아끼던 신하를 죽이고 사라진다. 베오울프는 호수 밑 동굴까지 쫓아가는데, 빌린 칼 흐룬팅이 통하지 않아 위기에 몰린다. 그때 벽에 걸린 거인의 칼을 발견해 어미의 목을 벤다. 칼날은 괴물의 뜨거운 피에 녹아 손잡이만 남는다. 흐로스가르는 많은 선물을 내리며 교만을 경계하고 부하들에게 후하게 베풀라고 타이른다.
고향으로 돌아간 베오울프는 마침내 예아트족의 왕이 된다. 오십 년 뒤 한 노예가 용의 보물 더미에서 금잔을 훔치자, 화가 난 용이 온 나라를 불태운다. 늙은 왕은 혼자 싸우겠다고 나서지만 힘이 부치고, 부하들은 숲으로 도망친다. 끝까지 남아 도운 사람은 젊은 위글라프뿐이었다. 둘은 용을 죽이지만 베오울프는 치명상을 입는다. 위글라프는 도망친 자들의 비겁함을 꾸짖고, 백성들은 지켜 줄 왕을 잃은 앞날을 걱정하며 슬퍼한다.
인물과 주제
작품은 베오울프를 두 나이로 보여 준다. 먼 나라에서 힘을 증명하는 젊은 용사와, 자기 백성을 지켜야 하는 늙은 왕이다. 톨킨은 이 젊음과 늙음의 대비를 작품의 기본 구조로 보았다. 즐거운 소리에 이끌려 오는 외로운 괴물 그렌델, 아들의 복수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동기를 가진 그 어미, 쓰지도 않을 보물을 끌어안은 용, 그리고 이름이 '용기의 남은 것'이라는 뜻인 충신 위글라프가 저마다 또렷한 역할을 맡는다.
중심 주제는 주군과 전사 사이의 유대다. 작품 속 게르만 전사 사회에서는 영주와 그를 섬기는 사람들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주군은 보물과 반지를 나눠 주고, 전사는 용기로 갚는다. 용 앞에서 부하들이 달아나는 장면이 무거운 까닭은 그 질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또 인물들은 게르만 이교도지만, 이 시를 글로 남긴 사람들은 7세기 무렵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앵글로색슨인이었다. 그렌델은 카인의 후손인데 영웅들은 명성과 복수와 황금을 위해 산다. 이 둘을 어떻게 읽을지는 지금도 논쟁거리다.
톨킨은 1936년 강연 「베오울프: 괴물과 비평가들」에서 학자들이 이 시를 역사 자료로만 읽느라 시로서의 힘을 놓쳤다고 비판하며, 가장 가까운 이름은 서사시가 아니라 '애가'라고 말했다. 괴물 퇴치담이면서 동시에 영광의 덧없음을 노래한 시로 읽으면, 조용한 결말이 한층 깊게 다가온다.
소리와 읽는 법
고대 영어 시는 두운시다. 한 행을 쉼으로 앞뒤로 나누고, 같은 소리로 시작하는 낱말로 두 반행을 잇는다. 바다를 '백조가 타는 길', 왕을 '반지를 주는 이'라고 부르는 '케닝'이라는 돌려 말하기도 자주 쓴다. 번역이 매우 어려운 작품인데도 2020년까지 약 688종의 번역과 개작이 기록되었고, 적어도 38개 언어로 옮겨졌다. 처음 읽는다면 현대어 번역으로 그렌델과의 싸움, 호수 밑 싸움, 용과의 싸움 순서로 읽어 보자.
『베오울프』로 배우는 우리말 표현
| 표현 | 뜻 | 예문 |
|---|---|---|
| 맨손으로 맞서다 | 도구나 무기 없이 부딪치다 | 그는 맨손으로 괴물에게 맞섰다. |
| 그림의 떡 | 있어도 쓸 수 없는 것 | 용에게 보물은 그림의 떡이었다. |
| 은혜를 갚다 | 받은 도움을 행동으로 돌려주다 | 베오울프는 은혜를 갚으려고 바다를 건넜다. |
| 꽁무니를 빼다 | 슬그머니 피하거나 달아나다 | 위험해지자 부하들은 꽁무니를 뺐다. |
| 돌려 말하다 | 직접 말하지 않고 다른 말로 나타내다 | 케닝은 사물을 돌려 말하는 기법이다. |
연습: 주변 물건 하나를 골라 케닝처럼 돌려 부르는 이름을 지어 보고, '꽁무니를 빼다'를 넣어 두 문장을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