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을까? 마지막에 남은 '희망'의 뜻
판도라의 상자는 원래 큰 항아리였고, 그 안에는 인간을 괴롭힐 온갖 재앙이 들어 있었습니다. 신화의 원래 모습과 '희망'을 읽는 두 가지 방법을 정리합니다.
판도라의 상자 안에는 질병, 슬픔, 가난, 전쟁, 증오 같은 온갖 악이 들어 있었습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판도라가 상자를 열자 그것들이 쏟아져 나왔고, 놀라서 상자를 닫았을 때 맨 밑에 있던 '희망'만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이야기에서 이 '상자'는 사실 커다란 항아리였습니다. '상자'라는 말은 16세기의 번역에서 생겨났습니다. "온갖 재앙과 희망"이라는 짧은 답 뒤에는 꽤 긴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판도라는 누구인가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입니다.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고, 신들이 저마다 선물을 주었습니다. 판도라라는 이름도 '모든 선물을 받은 여인'이라는 뜻으로, 신들이 그녀에게 선물을 준 데서 유래했습니다. 학자들은 이 신화를 세상에 왜 악이 있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에 답하는 이야기로 봅니다.
그러나 판도라는 사실 벌이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데 화가 난 제우스는 인간에게 또 다른 벌을 내리기로 했고, 그것이 판도라였습니다.
신들이 준 선물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시인 헤시오도스가 남긴 《신통기》와 《일과 날》입니다. 《신통기》에서 헤파이스토스는 흙으로 첫 여성을 빚고, 아테나는 은빛 옷과 수놓은 베일, 화환과 관으로 그녀를 꾸밉니다. 헤시오도스는 그녀를 '아름다운 악'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에서 그녀에게는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일과 날》에서는 더 많은 신이 참여합니다. 아테나는 바느질과 베 짜기를 가르치고, 아프로디테는 매력과 사람을 괴롭히는 그리움을, 헤르메스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마음과 속이는 성품', 그리고 거짓말과 교묘한 말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헤르메스가 올림포스의 모든 신이 선물을 주었다는 뜻에서 그녀를 판도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이름은 넉넉해 보이지만, 헤시오도스에게 이 선물은 덫이었습니다.
형의 경고를 무시한 에피메테우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또 보복할 것을 걱정해,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제우스가 주는 선물은 절대 받지 말라고 일렀습니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는 말을 듣지 않고 판도라를 받아들였고, 판도라는 곧 항아리 안의 것들을 흩어 버렸습니다. 판도라는 지상에 내려와 에피메테우스와 결혼했습니다.
두 형제의 이름은 흔히 '먼저 생각하는 자'와 '나중에 생각하는 자'로 풀이됩니다. 한 사람은 미리 내다보고, 다른 한 사람은 일이 벌어진 뒤에야 깨닫습니다. 판도라가 도착한 순간은 '나중에 생각하는 자'가 대가를 치른 순간이었습니다.
상자가 아니라 항아리
그리스어 원문의 그릇은 '피토스'로, 포도주나 기름, 곡식을 담아 두는 커다란 저장용 항아리였습니다. 흔히 땅에 반쯤 묻어 썼고, 장례용 항아리를 가리키기도 했습니다. 이것을 '상자'로 바꾼 사람은 보통 16세기의 인문학자 에라스뮈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헤시오도스의 이야기를 라틴어로 옮기면서 '상자'를 뜻하는 단어를 썼고, 그 뒤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부정확한 표현이 굳어졌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희망'의 뜻
헤시오도스는 왜 희망만 항아리에 남았는지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 이야기를 "제우스의 뜻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는 말로 맺을 뿐입니다. 그래서 해석이 갈립니다. 항아리에 남은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희망이라는 긍정적인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불행 속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바라는 헛된 희망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더 오래된 전승에서는 항아리에 좋은 것이 들어 있었다고도 합니다. 르네상스 이전에는 이 그릇에 인류를 위한 '축복'이 담겨 있었다고 전해졌습니다. 학자 M. L. 웨스트는 판도라 이야기가 헤시오도스 이전의 신화에서 왔으며, 원래는 항아리에 좋은 것만 들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판도라는 원래 여신이었을까
대영박물관에 있는 기원전 460년 무렵의 흰 바탕 술잔에는 첫 여성의 모습 옆에 '아네시도라', 곧 '선물을 올려 보내는 여인'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이 칭호는 가이아나 데메테르 같은 대지의 여신에게 더 자주 쓰였습니다. 그래서 판도라라는 이름도 원래는 '모든 것을 주는 여인'이었고, 헤시오도스가 너그러운 대지의 여신을 재앙의 여인으로 바꾸었다고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후대의 작가들은 결말도 덧붙였습니다. 판도라와 에피메테우스의 딸 피라는 데우칼리온과 결혼해 함께 대홍수에서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오늘날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는 뜻밖의 문제를 줄줄이 불러오는 일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신화 자체는 그 관용구보다 훨씬 깊습니다. 상자 대신 항아리, 덫이 된 선물, 그리고 아무도 완전히 풀지 못한 '희망'이라는 한 단어가 있으니까요.
판도라로 배우는 한국어 표현
| 표현 | 뜻 | 예문 |
|---|---|---|
|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키다 | 그 질문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셈이었다. |
| 호기심을 못 이기다 |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다 | 호기심을 못 이겨 편지를 열어 봤다. |
|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 일이 잘못된 뒤에 대비하다 | 이제 와서 자물쇠를 바꾸다니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
| 실낱같은 희망 | 아주 작은 희망 |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다시 도전했다. |
| 덫에 걸리다 | 계략에 빠지다 | 달콤한 말에 넘어가 덫에 걸렸다. |
연습: '호기심을 못 이기다'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를 넣어,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에 대해 세 문장으로 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