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 발자국 하나와 프라이데이: 『로빈슨 크루소』의 실제 모델과 지금 다시 읽는 법

『로빈슨 크루소』는 셀커크 같은 실제 표류자 이야기를 바탕으로 디포가 지어낸 소설입니다. 모델, 줄거리, 식민주의 논쟁까지 정리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의 실제 모델로 가장 자주 꼽히는 사람은 칠레 앞바다의 마사티에라 섬에서 4년 동안 홀로 지낸 스코틀랜드 선원 알렉산더 셀커크입니다. 16세기 스페인 선원 페드로 세라노 같은 다른 표류자의 이야기도 바탕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작가 대니얼 디포는 셀커크가 모델이라고 인정한 적도 부정한 적도 없고, 주인공 크루소는 지어낸 인물입니다. 소설은 1719년 4월 25일에 나왔는데, 초판에 크루소 본인이 저자로 적혀 있어서 많은 독자가 진짜 여행기라고 믿었습니다. 아래에서 작가, 실제 표류자들, 줄거리, 인물, 그리고 오늘날 이 책을 둘러싼 신앙·경제·식민주의 논쟁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빚쟁이 상인이자 언론인, 때로는 첩보원

대니얼 디포는 작가이자 언론인, 상인이었고 한때는 첩보원 노릇도 했으며 1731년 4월 24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몰 플랜더스』(1722) 등을 썼고 영국 소설의 초기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힙니다. 본래 이름은 대니얼 포였고 1660년 무렵 런던에서 태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해는 알 수 없습니다. 귀족처럼 들리는 '디'는 그가 스스로 이름 앞에 붙인 것입니다.

상인으로서 양말과 모직물, 포도주를 거래했지만 빚에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정치 팸플릿을 많이 써서 당국과 자주 부딪혔고, 칼을 씌워 사람들 앞에 세우는 형벌을 사흘 동안 받은 뒤 뉴게이트 감옥에 갇혔다가 정치가 로버트 할리의 정보원으로 일하는 조건으로 풀려났습니다. 지어낸 이야기를 기사처럼 그럴듯하게 쓰는 솜씨는 이런 경험에서 다듬어졌습니다.

실제 표류자들

셀커크는 후안페르난데스 제도의 마사티에라 섬에서 4년을 보내고 1709년에 구조되었습니다. 이 섬은 1966년에 '로빈슨 크루소 섬'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차이도 큽니다. 셀커크는 스스로 배에서 내린 사략선 선원이었고, 크루소는 난파해서 섬에 닿습니다. 셀커크의 섬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크루소의 섬에는 결국 다른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페드로 세라노는 1520년대 니카라과 앞바다의 작은 섬에서 난파해 민물도 없이 바다거북과 새를 먹으며 7, 8년을 버틴 스페인 선원입니다. 그 밖에 역시 무인도를 무대로 한 12세기 아랍어 철학 소설 『하이 이븐 약잔』, 표류한 외과의사 헨리 피트먼의 수기도 후보로 거론됩니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실화라기보다 여러 표류담을 섞어 만든 이야기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줄거리

1651년, 로빈슨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헐 항구에서 배를 탑니다. 첫 배는 난파하고, 다음 항해에서는 해적에게 붙잡혀 노예가 됩니다. 2년 뒤 슈리라는 소년과 작은 배로 탈출해 포르투갈 선장에게 구조되지만, 그 소년을 선장에게 팔아넘기고 브라질에서 농장을 꾸립니다.

몇 년 뒤 그는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 오려는 항해에 나섰다가 폭풍을 만나 베네수엘라 앞바다의 섬에 좌초합니다. 1659년 9월 30일, 살아남은 사람은 크루소 혼자였습니다. 그는 난파선에서 연장과 총, 식량을 옮겨 오고, 동굴 옆에 울타리를 친 집을 짓고, 나무 기둥에 눈금을 새겨 날짜를 셉니다. 사냥을 하고 보리와 쌀을 기르고 그릇을 굽고 염소를 치고 앵무새를 길들이며, 성경을 읽고 신앙에 눈뜹니다.

어느 날 그는 식인 무리가 섬에 와서 포로를 죽여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도망친 포로 한 명을 구한 크루소는 그날이 금요일이라 그를 프라이데이라고 부르고, 영어를 가르치고 기독교로 개종시킵니다. 둘은 프라이데이의 아버지와 스페인 사람을 구하고, 마지막에는 반란이 일어난 영국 배의 선장을 도와 배를 되찾은 뒤 1686년 12월 19일, 28년 만에 섬을 떠납니다.

주요 인물

크루소는 이야기 전체를 직접 들려주는 화자입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실용적이며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 모든 것을 세고 기록하며, 젊은 날의 반항에서 회개로 나아갑니다. 프라이데이는 크루소가 죽음에서 구해 준 카리브 원주민으로, 하인이자 친구가 됩니다. 슈리는 크루소와 함께 노예 생활에서 도망친 소년이고, 포르투갈 선장은 그를 구해 주고 재산까지 관리해 주는 은인입니다.

신앙, 노동, 그리고 식민주의

디포는 청교도 도덕주의자였고, 소설에는 섭리와 회개, 구원이라는 주제가 흐릅니다. 크루소는 젊은 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고, 식인 무리를 처음에는 죽이려 하다가 자기 관습이 죄인 줄 모르는 사람들을 벌할 권리가 없다고 생각을 고칩니다. 경제학에서는 교역도 돈도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생산할지 고르는 예로 크루소를 자주 들고, 프라이데이의 등장으로 교환이 시작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

오늘의 독자에게 불편하게 다가오는 대목도 분명합니다. 크루소는 함께 탈출한 소년을 팔았고, 노예를 사러 가다가 난파했으며, 스스로를 섬의 '왕'이라 부르고, 끝에서는 섬을 '식민지'라고 부릅니다. 프라이데이와의 관계는 이상화된 주인과 하인의 관계이고, 프라이데이는 자기 문화를 버리고 크루소의 문화에 동화되기를 요구받습니다. 그러니 이 소설을 유럽의 식민 욕망을 드러낸 작품으로 읽는 것은 정당합니다. 동시에 디포는 프라이데이를 통해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화를 비판하기도 했고, 프라이데이의 흉내가 오히려 크루소의 권위를 흔든다고 보는 비평가도 있습니다. 단순한 찬양이 아니라 식민 담론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드러낸 작품으로도 읽힌다는 뜻입니다. 쿳시의 『포』(1986)처럼 이 소설에 정면으로 응답한 작품도 나왔습니다.

남긴 것

『로빈슨 크루소』는 1719년 한 해에만 4판을 찍었고, 19세기 말에는 판본과 개작, 번역이 700종을 넘어 서양 문학에서 가장 많은 판본을 가진 책이 되었습니다. 무인도 표류 이야기는 '로빈소네이드'라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고, 『스위스 로빈슨 가족』(1812)도 그 계보에 속합니다. 영어에서 무슨 일이든 해내는 충직한 조수를 man Friday 라고 부르는 것도 크루소가 프라이데이를 "my man Friday"라고 부른 데서 왔습니다.

『로빈슨 크루소』로 배우는 우리말 표현

표현 뜻 예문
자급자족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 씀 그는 섬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고립무원 홀로 떨어져 도움받을 곳이 없음 폭설로 마을이 고립무원이 되었다.
궁하면 통한다 막다른 처지에 이르면 길이 생김 궁하면 통한다더니 방법이 떠올랐다.
손발이 맞다 함께 일하는 호흡이 잘 맞음 두 사람은 금세 손발이 맞았다.
오른팔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 프라이데이는 그의 오른팔이 되었다.

연습: 일주일 동안 무인도에 홀로 남았다고 상상하고 '자급자족'과 '궁하면 통한다'를 넣어 세 문장을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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