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목마는 나오지 않는다: 호메로스 『일리아스』를 처음 읽는 사람을 위한 안내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 막바지 몇 주,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헥토르의 장례로 끝나기까지를 그린 서사시다. 줄거리, 인물, 주제, 관련 표현을 정리했다.

『일리아스』의 줄거리를 쉽게 정리하면 "한 영웅의 분노가 적과 아군 모두를 파멸로 몰아가는 이야기"다. 배경은 그리스 연합군이 트로이를 십 년 동안 포위한 전쟁의 끝무렵이고, 전사 아킬레우스가 총사령관 아가멤논과 다툰 순간부터 트로이 왕자 헥토르가 죽기까지 그의 분노를 따라간다. 모욕을 당한 아킬레우스가 전투에서 손을 떼자 그리스군은 무너지기 직전까지 몰리고, 그의 단짝 파트로클로스가 대신 싸우다 죽는다. 그제야 아킬레우스는 복수를 위해 전장으로 돌아온다. 마지막 장면은 승리의 축제가 아니라, 아들을 잃은 늙은 왕 프리아모스가 원수의 무릎을 붙잡고 시신을 돌려 달라고 비는 모습이다. 아래에서 작품의 유래, 이야기 흐름, 주요 인물, 주제, 그리고 지금도 우리말에 남아 있는 표현까지 차례로 살펴본다.

목마도, 함락도 없는 전쟁 서사시

트로이 전쟁이라고 하면 거대한 목마와 불타는 도시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리아스』가 다루는 것은 전쟁 마지막 해의 몇 주뿐이고, 흔한 오해와 달리 트로이 함락도 목마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런 장면은 후대의 작품에서 온 것이다. 목마는 『오디세이아』에서 짧게 언급될 뿐이고, 이를 자세히 전하는 현존 고대 작품은 베르길리우스의 라틴어 서사시 『아이네이스』다. 아킬레우스도 작품 안에서는 죽지 않는다. 헥토르가 그의 죽음을 예언할 뿐,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는 이야기는 후대 그리스·로마의 시와 연극에 나온다.

이 점을 알고 나면 호메로스의 의도가 보인다. 그는 누가 전쟁에서 이겼는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짧고 격렬한 시간 속에서 자존심과 명예, 슬픔과 죽음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들여다본다. 앞서 소개한 『오디세이아』가 전쟁 뒤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면, 『일리아스』는 아직 성벽 앞에 묶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읽기 쉽다.

누가, 언제 지었나

『일리아스』는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고대 그리스 2대 서사시 가운데 하나이고, 다른 하나가 『오디세이아』다. 모두 24권으로 나뉘며 장단단 6보격이라는 운율로 쓰였고, 표준판 기준 15,693행이다. 학자 다수는 기원전 8세기 후반에 지어졌다고 보지만 7세기로 보는 견해도 있고, 당시 미술과 문학에 남은 흔적으로 보아 늦어도 기원전 630년 무렵에는 존재했다.

호메로스가 누구였는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한 사람이 실제로 있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고대에는 이오니아(지금의 튀르키예 서해안) 출신의 눈먼 음유시인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지만, 현대 학자들은 이를 전설로 본다. 작가와 성립을 둘러싼 긴 논쟁을 '호메로스 문제'라고 부르며, 두 서사시를 서로 다른 사람이 지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연구자 대부분은 이 시들이 처음에는 글이 아니라 입으로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발 빠른' 같은 수식어가 영웅의 이름 앞에 되풀이되는 것도, 노래하는 이가 즉석에서 시구를 짓기 위한 장치였다는 것이 20세기 학자 밀먼 패리의 주장이다.

이야기의 흐름

발단은 포로로 잡힌 여인을 둘러싼 다툼이다. 전쟁 9년째, 아가멤논은 아폴론 신관의 딸 크리세이스를 아버지에게 돌려주기를 거부하고, 분노한 아폴론은 진영에 역병을 내린다. 결국 아가멤논은 그녀를 돌려보내지만 그 대신 아킬레우스의 몫이던 브리세이스를 빼앗는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체면을 구긴 아킬레우스는 자신과 부하들이 더는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바다의 여신인 어머니 테티스에게 부탁해, 그리스군이 배까지 밀리도록 제우스를 설득해 달라고 한다. 아가멤논이 자기의 가치를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중반에는 헬레네를 데려간 트로이 왕자 파리스와 그녀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일대일 결투를 벌이지만, 지는 순간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구출되고 휴전은 곧 깨진다. 치열한 전투 사이에는 헥토르가 성벽 위에서 아내 안드로마케와 어린 아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고대 문학에서 손꼽히게 조용하고 애틋한 장면이 들어 있다. 아킬레우스 없는 그리스군은 방벽 안까지 밀리고, 아가멤논은 잘못을 인정하며 브리세이스와 많은 선물을 보내겠다는 사절을 보내지만 아킬레우스는 거절한다.

전환점은 파트로클로스의 출전이다. 그는 아킬레우스의 갑옷을 빌려 입고 나가지만, 성벽까지 쫓아가지 말라는 당부를 어기고 아폴론에게 힘을 빼앗긴 뒤 헥토르의 손에 죽는다. 갑옷도 빼앗긴다. 아킬레우스의 통곡은 바다 밑 어머니에게까지 들린다. 헥토르를 죽이면 자신도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복수를 맹세한다.

전장으로 돌아온 아킬레우스는 강이 시체로 막힐 만큼 적을 쓰러뜨리고, 성 밖에 홀로 남은 헥토르를 성벽 둘레로 쫓아가 죽인다. 헥토르는 숨을 거두기 전 아킬레우스 역시 죽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아킬레우스는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끌고 다니고, 헥토르의 부모는 성벽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마지막에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헤르메스 신의 안내를 받은 프리아모스가 몰래 그리스 진영에 들어가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붙잡고 아들의 시신을 청한다. 아킬레우스는 눈물을 흘리고, 두 사람은 전쟁이 앗아 간 것들을 함께 슬퍼한다. 시신은 돌아가고, 시는 헥토르의 장례로 끝난다.

주요 인물

아킬레우스는 양쪽 군대를 통틀어 가장 강한 전사로, 자존심이 세고 화가 나면 아무도 말리지 못한다. 동시에 "영광은 목숨과 맞바꿀 만한가"라는 질문을 가장 깊이 품은 인물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그에게 짧은 삶과 영원한 명성, 아니면 길지만 이름 없는 삶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된다고 말해 두었다. 미케네의 왕이자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남의 명예를 가볍게 여기는 탓에 재앙의 출발점이 된다. 트로이의 헥토르는 도시를 지키는 기둥이자 아들, 남편, 아버지로서 싸우는 인물이라 오늘날 독자에게 특히 공감을 얻는다. 여기에 늙은 왕 프리아모스, 의리 있는 친구 파트로클로스, 양편으로 갈라져 전투에 끼어드는 올림포스의 신들이 이야기를 움직인다.

주제와 남긴 영향

그리스어 원문의 첫 단어는 '메닌', 곧 '분노'다. 아킬레우스의 상처 입은 자존심이 그리스군의 패주, 파트로클로스와 헥토르의 죽음, 마침내 트로이의 파멸로 이어진다. 여기에 전투에서 얻어 노래로 남는 명성 '클레오스', 지위와 공적에 걸맞은 존중 '티메', 그리고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작품 전체에 깔려 있다. 철학자 시몬 베유는 1939년 이 작품을 '힘의 시'라고 부르며, 폭력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사람 아닌 무언가로 만든다는 점을 읽어 냈다.

고전기 아테네에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교육의 기본 교재였고, 플라톤은 호메로스를 "그리스를 가르친" 시인이라고 불렀다. 르네상스 이후에는 서양 문학 정전 가운데서도 영향력이 매우 큰 작품이 되었고, 오늘날에도 매들린 밀러의 소설 『아킬레우스의 노래』(2011)나 영화 『트로이』(2004)처럼 다시 쓰기가 이어진다. 처음 읽는다면 1권(다툼의 시작), 6권(헥토르의 작별), 9권(사절단), 그리고 16·22·24권을 먼저 읽고, 전사 이름이 길게 나열되는 대목은 가볍게 넘겨도 괜찮다.

『일리아스』로 배우는 우리말 표현

표현 뜻 예문
아킬레스건 강한 사람이나 조직의 약점 수비 불안이 이 팀의 아킬레스건이다.
트로이의 목마 겉은 무해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온 위험 그 무료 프로그램은 트로이의 목마였다.
서사시 영웅이나 민족의 역사를 노래한 긴 시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다.
자존심을 건드리다 상대의 체면을 상하게 하다 그 말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분을 삭이다 화를 억누르고 가라앉히다 그는 한참 동안 분을 삭였다.

'아킬레스건'을 약점이라는 뜻으로 쓰는 영어 관용 표현은 19세기에 들어서야 나타났다.

연습: 내가 잘하는 일과 서툰 일을 떠올리며 '아킬레스건'과 '분을 삭이다'를 넣어 세 문장을 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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