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토판에 새겨진 우정과 죽음: 『길가메시 서사시』 쉽게 읽기
『길가메시 서사시』는 점토판에 남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서사시다. 폭군 왕과 야생의 친구 엔키두, 홍수의 생존자, 뱀에게 빼앗긴 젊음의 풀까지 정리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줄거리를 쉽게 정리하면 "죽음이 두려워진 왕이 영원한 생명을 찾아 세상 끝까지 갔다가, 그것이 인간의 몫이 아님을 깨닫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도시 우루크의 왕 길가메시가 백성을 괴롭히자, 신들은 그와 맞먹는 야생의 사나이 엔키두를 만든다. 둘은 싸우다가 둘도 없는 친구가 되고, 삼나무 숲의 수호자 훔바바를 죽이고 여신 이슈타르가 보낸 하늘의 황소까지 쓰러뜨린다. 그 벌로 신들은 엔키두를 병들어 죽게 한다.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진 길가메시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아 영생을 얻은 우트나피슈팀을 찾아가지만, 불멸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우고 빈손으로, 그러나 조금 더 지혜로워져 우루크로 돌아온다. 아래에서 작품의 성립, 재발견 과정, 이야기 흐름, 인물, 주제, 후대에 남긴 영향을 차례로 살펴본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에는 단서가 붙는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 문학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 번에 쓰인 작품은 아니다. 출발점은 길가메시를 주인공으로 한 다섯 편의 독립된 수메르어 시로, 일부는 기원전 2100년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이 이야기들이 나중에 아카드어로 된 하나의 서사시로 엮였다. 현존하는 첫 통합본은 기원전 18세기의 '고바빌로니아판'으로 "모든 왕을 능가하는 자"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남은 점토판은 몇 장 되지 않는다.
오늘날 흔히 읽는 것은 학자이자 서기였던 신레키운닌니가 기원전 13–10세기 사이에 엮은 '표준 바빌로니아판'이다. "심연을 본 자"로 시작하며 열두 장의 점토판으로 되어 있고, 그 가운데 약 3분의 2가 발견되었다. 그러니 작자를 묻는다면,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수많은 사람과 마지막에 이름을 남긴 편찬자 한 명이라고 답하는 것이 정직하다. 이 편찬자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앞으로 끌어내, 주인공을 모험가에서 현자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길가메시는 실존 인물이었을까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길가메시는 수메르 도시국가 우루크의 실제 왕이었다가 죽은 뒤 신으로 모셔졌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통치는 대략 기원전 2900년에서 2350년 사이 초기 왕조 시대의 어느 때였고, 기원전 2100년 무렵에는 수메르 전설의 중요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전설에서 길가메시의 적수의 아버지로 나오는 키시의 왕 엔메바라게시와 관련된 기원전 2600년경 유물이 발견되면서, 길가메시가 실제로 있었다는 견해에 힘이 실렸다. 물론 서사시 속 길가메시는 "3분의 2는 신, 3분의 1은 인간"인 전설의 존재다.
다시 세상에 나오기까지
이 이야기는 이천 년 넘게 잊혀 있었다. 1850년대 초 레이어드와 라삼 등이 니네베의 아슈르바니팔 왕 도서관 터에서 쐐기 문자 점토판 조각 약 1만 5천 점을 찾아냈고, 1872년 대영박물관의 조지 스미스가 번역 일부를 학회에서 읽었다.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노아 이야기와 꼭 닮은 홍수 장면이었다. 2015년부터는 기계 학습으로 점토판 조각을 맞추는 연구가 이어져 2020년과 2021년에 나온 영어 번역에 새 대목이 더해졌지만, 서사시는 아직도 완전하지 않다.
이야기의 흐름
길가메시에게 시달리던 우루크 사람들이 신들에게 호소하자, 신들은 온몸이 털로 덮이고 힘이 장사인 엔키두를 만든다. 짐승들과 살던 엔키두는 신전의 여인 샴하트를 통해 사람의 세계로 들어와 빵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목동들과 사는 법을 배운다. 길가메시의 횡포를 들은 엔키두는 우루크로 가서 왕의 길을 막아서고, 격렬한 씨름 끝에 길가메시가 더 강하다고 인정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길가메시는 이름을 떨치기 위해 삼나무 숲의 수호자 훔바바를 치러 가자고 한다. 태양신 샤마시가 열세 줄기 바람을 보내 훔바바를 묶고, 훔바바가 목숨을 빌자 길가메시는 연민을 느끼지만, 엔키두의 재촉에 결국 그를 죽인다. 이어 여신 이슈타르의 구애를, 그녀가 옛 연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들추며 거절하자, 화가 난 여신은 하늘의 황소를 우루크에 풀어놓는다. 두 영웅은 황소마저 쓰러뜨리지만, 신들은 훔바바와 황소를 죽인 벌로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한다고 정하고, 엔키두는 병에 걸려 숨진다. 길가메시는 산과 강과 짐승, 온 우루크에게 친구를 위해 울어 달라고 외치며 머리카락을 쥐어뜯는다.
자신도 죽을 것이 두려워진 길가메시는 짐승 가죽을 걸치고 들판을 떠돌다가 '먼 곳에 사는 자' 우트나피슈팀을 찾아 나선다. 마슈산에서 태양의 굴을 지키는 전갈 인간들을 지나고, 술집 여주인 시두리를 만나는데, 그녀는 여정을 그만두고 삶의 소박한 즐거움에 만족하라고 권한다. 뱃사공 우르샤나비의 배로 '죽음의 물'을 건넌 그는 마침내 우트나피슈팀을 만난다.
우트나피슈팀은 신들이 대홍수를 내리려 할 때 엔키 신이 몰래 배를 지으라고 알려 주었고, 가족과 장인과 짐승들을 태워 살아남았다고 이야기한다. 엿새 동안의 폭풍이 지난 뒤 배는 산에 닿았고, 그는 비둘기와 제비와 까마귀를 날려 보냈으며, 그 뒤 신들이 그와 아내에게 영생을 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 한 번의 선물이었다. 엿새 낮 이레 밤을 깨어 있어 보라는 시험에서 길가메시는 곧바로 잠들어 버린다. 죽음을 이기려는 사람이 잠조차 이기지 못한 것이다. 떠날 때 바다 밑에 젊음을 되찾아 주는 풀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발에 돌을 묶어 내려가 그 풀을 얻지만, 목욕하는 사이 뱀이 풀을 훔쳐 허물을 벗고 사라진다. 길가메시는 울다가 우루크로 돌아와, 뱃사공에게 도시의 웅장한 성벽을 자랑스럽게 보여 준다.
인물과 주제
길가메시는 재능은 넘치지만 잔인한 통치자에서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변해 간다. 엔키두는 그의 정반대이자 거울 같은 존재로, 자연에서 문명으로 들어와 왕에게 누군가를 사랑하고 잃는다는 것의 의미를 가르친다. 죽음을 앞둔 엔키두는 자신을 사람의 세계로 데려온 샴하트를 한때 저주하지만, 이내 축복으로 말을 바꾼다.
작품의 중심에는 죽음이 있다. 우트나피슈팀의 메시지는, 신들이 인간을 만들 때 죽음을 인간의 몫으로 주고 생명은 자기들 손에 남겨 두었다는 것이다. 이름을 남기려던 첫 번째 여정과 영생을 찾다 실패한 두 번째 여정. 끝에 남는 것은 그가 쌓은 도시이고, 시가 우루크의 성벽을 기리며 끝나는 것은 사람이 이룬 일과 기억이야말로 우리에게 허락된 영원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후대에 남긴 영향
아시리아학자 앤드루 조지에 따르면 창세기의 홍수 이야기는 길가메시의 홍수를 "하나하나 같은 순서로" 따라가며, 그것이 메소포타미아 전승에서 나왔다는 데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호메로스에 끼친 영향을 짚는 학자도 많아서, 『일리아스』의 힘과 비극성, 『오디세이아』의 방랑과 경이를 함께 지녔다는 평도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1997)도 삼나무 숲 대목을 일부 바탕으로 삼았다.
『길가메시 서사시』로 배우는 우리말 표현
| 표현 | 뜻 | 예문 |
|---|---|---|
| 불로장생 | 늙지 않고 오래 삶 | 왕은 불로장생을 꿈꾸며 길을 떠났다. |
| 이름을 떨치다 | 공을 세워 널리 알려지다 | 그는 요리사로 이름을 떨쳤다. |
| 둘도 없는 친구 |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벗 | 엔키두는 왕의 둘도 없는 친구였다. |
| 허물을 벗다 | 낡은 모습을 버리고 새로워지다 | 이직하고 나서 그는 허물을 벗은 듯했다. |
| 헛수고 | 애쓴 보람이 없는 일 | 풀을 잃어 그동안의 고생이 헛수고가 되었다. |
연습: 나를 바꾸어 준 친구를 떠올리며 '둘도 없는 친구'와 '이름을 떨치다'를 넣어 세 문장을 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