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센 뤼팽은 누구일까? 셜록 홈즈와 맞선 괴도 신사

모리스 르블랑이 만든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 변장의 달인의 인물상과 홈즈가 '헐록 숄메스'가 된 사연, 한국 번역가가 되살린 마지막 작품 이야기까지 정리합니다.

아르센 뤼팽은 20세기 초 프랑스 소설가 모리스 르블랑이 발표한 추리·모험 소설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흔히 '괴도 신사'로 묘사됩니다. 1905년 잡지 《주 세 투》에 실린 단편 〈아르센 뤼팽의 체포〉로 처음 등장했고, 셜록 홈즈의 '범죄자 버전'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의 모험에는 '헐록 숄메스'라는 영국 탐정이 거듭 등장해 뤼팽과 맞섭니다.

괴도 신사의 얼굴

뤼팽은 신사이면서 강도, 사기꾼, 모험가입니다. 변장의 달인으로 자유자재로 가명을 쓰며 신분을 숨기고, 귀족이나 자본가의 저택에 들어가 보석과 미술품, 값비싼 가구 등을 훔쳐 갑니다. 반면 선량한 사람을 돕는 의적의 성격도 지니고 있어서, 괴롭힘을 당하는 부인이나 아이에게는 믿음직한 보호자가 됩니다.

시리즈는 1905년부터 25년 넘게 쓰인 르블랑의 대표작입니다. 초기에는 신출귀몰한 괴도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중반에는 '돈 루이스 페레나'의 애국 모험, 후기에는 탐정 '짐 바르네트' 등의 탐정 모험과 '라울'이라는 이름의 연애 모험이 주를 이루어, 시기마다 분위기가 크게 다릅니다. 후기에는 제1차 세계대전의 시대상이 얽히면서 뤼팽이 범죄자에서 애국자로 탈바꿈하기도 합니다.

뤼팽의 선배들

뤼팽이 처음부터 혼자 태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의 문학적 선배는 퐁송 뒤 테라유가 1857년부터 1870년까지 발표한 인물 로캉볼로, 로캉볼처럼 뤼팽도 법의 반대편에 서 있으면서 자주 선한 일을 합니다. 영국 작가 호넝이 만든 신사 도둑 래플스와도 닮았는데, 뤼팽과 래플스는 다시 훗날의 '외로운 늑대'나 '세인트' 같은 인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홈즈가 '숄메스'가 된 사연

르블랑은 1906년 6월 15일 발표한 단편 〈늦게 도착한 셜록 홈즈〉에서 나이 든 홈즈와 젊은 뤼팽을 처음 만나게 했습니다. 그러자 아서 코넌 도일이 이의를 제기했고, 탐정의 이름은 '헐록 숄메스(Herlock Sholmès)'로 바뀌었습니다. 저작권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고, 르블랑의 아들은 도일 본인의 요청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숄메스는 이후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즈》의 두 이야기와 《기암성》의 비밀을 둘러싼 대결에도 등장합니다. 이 패러디 이름은 지금도 살아 있어서, 일본 게임 《대역전재판》 시리즈의 해외판은 르블랑에 대한 경의로 'Herlock Sholmes'라는 이름을 썼습니다.

한국과 뤼팽

뤼팽은 한국 독자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발표된 마지막 작품 《아르센 뤼팽의 수십억 달러》는 제9장 '금고'가 빠진 채 절판되어 있었는데, 2003년 한국의 시인이자 번역가 성귀수가 프랑스 현지 연구가의 도움을 받아 이를 되살려 세계 최초로 완간했습니다.

르블랑이 생전에 발표하지 않은 진짜 마지막 작품 《아르센 뤼팽의 마지막 사랑》은 1996년 르블랑의 옛집에서 발견되었고, 2012년 르블랑 사망 70주기를 맞아 프랑스와 한국에서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홈즈의 팬을 '셜로키언'이라 부르듯, 뤼팽의 팬은 '뤼패니앵'이라고 불립니다.

어디서부터 읽을까

처음이라면 체포와 탈옥 이야기가 담긴 첫 단편집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1907년)이 좋습니다. 그다음 《아르센 뤼팽 대 셜록 홈즈》(1908년), 장편 《기암성》(1909년)과 《813》(1910년)으로 넘어가면 뤼팽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르블랑은 뤼팽을 장편 17편과 중단편 39편에 등장시켰고, 이 작품들은 모두 24권의 책으로 묶였습니다.

공상 소설 같은 모험들

뤼팽 이야기 가운데는 공상 소설에 가까운 작품도 있습니다. 《서른 개의 관의 섬》에서는 병을 고치기도 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기도 하는 방사성 '신의 돌'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고, 《녹색 눈의 아가씨》에서는 오베르뉴의 호수 밑에 숨은 젊음의 샘을 찾습니다.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에서 뤼팽의 적이자 연인인 조제핀 발사모는 그 유명한 칼리오스트로의 손녀라고 알려진 인물입니다. 1910년 미국판에서는 숄메스의 이름이 다시 '홈록 시어스'로, 조수는 '윌슨'으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아르센 뤼팽으로 배우는 한국어 표현

표현 뜻 예문
신출귀몰하다 귀신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다 그 도둑은 신출귀몰했다.
한 수 위다 실력이 조금 더 뛰어나다 이번에는 탐정이 한 수 위였다.
감쪽같다 고치거나 꾸민 티가 전혀 없다 변장이 감쪽같아서 아무도 몰랐다.
뒤통수를 치다 믿던 사람을 배신하거나 허를 찌르다 그는 경찰의 뒤통수를 쳤다.
혀를 내두르다 몹시 놀라 감탄하다 모두 그의 솜씨에 혀를 내둘렀다.

연습: 좋아하는 영리한 등장인물을 '한 수 위다'와 '혀를 내두르다'를 넣어 세 문장으로 소개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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