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수대첩에 수공은 정말 있었을까? 을지문덕과 612년의 기록

살수대첩에 수공은 정말 있었을까? 을지문덕과 612년의 기록

612년 을지문덕은 수나라 별동대를 깊숙이 끌어들여 살수에서 무너뜨렸다. 사서에 남은 사실과 수공 전설을 나눠 살펴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살수대첩의 수공은 사서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삼국사기》, 《수서》, 《자치통감》 같은 한중 사서에는 둑을 쌓았다가 터뜨렸다는 기록이 없고, 이 이야기는 근대 기록에 처음 나타납니다. 사서가 전하는 살수대첩은 612년 을지문덕이 수나라 별동대를 고구려 깊숙이 끌어들인 뒤, 지쳐서 물러나던 적이 살수(지금의 청천강)를 건널 때 뒤를 친 싸움입니다.

수나라는 왜 쳐들어왔나

7세기 초 한반도와 만주 남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 세 나라가 있었고, 가장 넓은 땅을 가진 나라는 평양에 도읍한 고구려였습니다. 중국에서는 589년 수나라가 통일을 이뤘습니다. 597년 고구려가 수나라 국경의 거점을 공격했고, 이어진 수나라의 원정은 실패했습니다. 612년(음력 1월) 수 양제는 훨씬 큰 원정에 나섰습니다. 사서는 100만이 넘는 병력을 전하지만, 오늘날 연구자들은 이 숫자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기록이 거의 없는 장수

을지문덕은 살수대첩 말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생몰년, 출신, 가계가 모두 미상입니다. 《삼국사기》 열전은 그의 집안 내력을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침착하고 굳세며 지략과 글솜씨를 갖췄다고만 적었습니다. 평양 석다산 출생설, 선비족 출신설 같은 여러 설이 있지만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30만 별동대와 무거운 군량

수나라 본군은 요동성 앞에서 오래 묶여 있었습니다. 그러자 양제는 우중문과 우문술에게 별동대 30만 5천 명을 맡겨 곧장 평양으로 보냈습니다. 병사들은 100일 치 양식을 지고 행군했는데, 무게를 견디지 못해 몰래 버리는 바람에 압록강에 이르렀을 때 이미 식량이 모자랐습니다.

거짓 항복과 일곱 번의 패배

을지문덕은 거짓으로 항복하는 형식을 빌려 직접 수나라 진영에 들어가 형편을 살폈습니다. 우중문과 우문술은 그를 붙잡아 두려 했지만 유사룡의 만류로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수나라 군대는 하루에 일곱 번 싸워 모두 이겼다고 기록될 만큼 승리에 들떠 평양성 30리 앞까지 밀고 들어왔습니다. 일부러 지는 척하며 적을 지치게 하려는 을지문덕의 계산이었습니다.

여수장우중문시

이때 을지문덕이 우중문에게 보낸 시가 '여수장우중문시'입니다. 한국에 전하는 이른 시기의 5언 4구 한시로, 첫 구는 '신책구천문(神策究天文)', 곧 "귀신같은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입니다. 상대의 지략을 한껏 추켜세운 뒤, 싸움에 이긴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할 줄 알고 그만두라고 맺습니다. 칭찬의 옷을 입힌 조롱이자 철수 권유였습니다.

살수에서 일어난 일

굶주리고 지친 수나라 군대는 평양성을 칠 힘이 없었고, 보급을 맡은 수군마저 평양 근처에서 패하자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음력 7월, 수나라 군대가 살수를 반쯤 건넜을 때 고구려군이 뒤를 쳤습니다. 수나라 군대는 무너져 하루 만에 압록수까지 달아났고, 요동으로 돌아간 병력은 2,700명뿐이었다고 합니다.

수공 이야기는 어디서 왔나

둑을 막았다가 터뜨렸다는 이야기는 신채호의 서술과 근대 이후의 대중적 묘사에서 퍼졌습니다. 위키백과는 이 서술이 민간에 전하던 칠불 전설이 변형되어 실린 것으로 봅니다. 장면은 극적이지만, 사서에 없는 내용은 전설로 구분해 두는 것이 정확합니다.

전쟁 뒤의 을지문덕

양제는 우문술 등을 쇠사슬로 묶어 물러났고, 613년과 614년의 원정도 실패했습니다. 거듭된 원정은 내부 반란으로 이어졌고, 수나라는 618년 당나라로 바뀌었습니다. 을지문덕의 이후 행적은 기록에 없습니다. 지금은 서울의 을지로, 을지무공훈장, 해군 구축함 을지문덕함이 그의 이름을 잇고 있습니다.

을지문덕으로 배우는 한국어 표현

표현 뜻 예문
지는 척하다 일부러 진 것처럼 보이다 그는 일곱 번 지는 척했다.
형편을 살피다 상황을 알아보다 적진에 들어가 형편을 살폈다.
추켜세우다 지나치게 칭찬하다 시는 적장을 한껏 추켜세웠다.
만족할 줄 알다 욕심을 멈출 줄 알다 만족할 줄 알면 욕을 당하지 않는다.
뒤를 치다 물러나는 쪽을 공격하다 고구려군은 강을 건너는 적의 뒤를 쳤다.

연습: '추켜세우다'와 '만족할 줄 알다'를 넣어, 누군가를 칭찬하면서 부드럽게 그만두자고 권하는 짧은 편지를 세 문장으로 써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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