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보다 78년 늦은 성경이 유럽을 바꾼 이유: 구텐베르크 인쇄술 다시 보기

금속활자를 처음 만든 사람은 구텐베르크가 아닙니다. 고려의 『직지』가 앞섭니다. 그는 활자 대량 주조·유성 잉크·인쇄기를 묶은 체계를 만들어 유럽에 퍼뜨렸습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처음 만들었을까요? 아닙니다. 활자는 그보다 수백 년 앞서 동아시아에서 쓰였습니다. 중국 북송의 필승이 1040년쯤 도자기 활자를 만들었고,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는 1377년 고려에서 찍혔습니다. 독일 마인츠의 장인 요하네스 구텐베르크(1400년경–1468)가 만든 것은 금속활자를 대량으로 주조하는 방법, 활자에 잘 묻는 기름 성분 잉크, 당시 농업용 나사식 압착기를 응용한 나무 인쇄기를 하나로 묶은 인쇄 "체계"였습니다. 이 체계 덕분에 인쇄가 훨씬 빨라졌고, 수십 년 만에 유럽 전역으로 퍼져 정보 혁명을 불러왔습니다. 그러니 그는 활자라는 생각을 처음 떠올린 사람이 아니라, 활자 인쇄를 빠르고 반복 가능한 산업으로 만든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공정합니다.

귀족 집안 아들, 금세공인이 되다

구텐베르크는 라인강 변의 부유한 도시 마인츠에서 태어났습니다. 정확한 출생 연도는 알 수 없어 1393년에서 1406년 사이로 추정하며, 편의상 1400년으로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버지는 조폐소와 관련된 도시 귀족 상인이었지만, 어머니가 귀족 출신이 아니어서 그는 아버지를 이어 조폐소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이 일이 그를 발명가라는 드문 길로 이끌었다고 보는 역사가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기록은 거의 없습니다. 1434년에는 스트라스부르에 살며 금세공인으로 일했고, 부유한 상인에게 보석 연마법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금세공인은 동전 틀을 만들기 위해 쇠 도장(펀치)을 깎고 거푸집을 다루는 법을 알았는데, 이것이 바로 금속 글자를 부어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었습니다.

빚으로 시작한 성경 인쇄

첫 사업은 실패였습니다. 1439년쯤 아헨에서 카롤루스 대제의 성유물을 공개한다는 소식에 순례자용 금속 거울을 만들었지만, 홍수로 행사가 1년 미뤄져 들인 돈을 갚지 못했습니다. 1448년 마인츠로 돌아와 돈을 빌렸고, 1450년에는 인쇄기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대부업자 요한 푸스트에게 800굴덴을 빌렸고, 훗날 푸스트의 사위가 되는 필경사 출신 페터 쇠퍼도 합류해 초기 서체 디자인을 도운 것으로 보입니다. 공방은 라틴어 문법책과, 1454년부터 1455년까지 수천 장을 찍은 교회의 면벌부로 돈을 벌었습니다.

800굴덴을 더 빌려 1452년 성경 작업을 시작했고, 1455년 한 쪽에 42줄이 들어간 성경을 완성했습니다. 약 180부를 찍었는데 4분의 3은 종이, 나머지는 양피지였습니다. 한 부에 30플로린, 서기의 약 3년 치 급여였지만, 필경사 한 명이 1년 넘게 베껴야 하는 손글씨 성경보다는 훨씬 쌌습니다. 지금도 거의 온전한 상태로 48부가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부수가 똑같았다는 점이, 베낄 때마다 새 실수가 생기는 필사본과 결정적으로 달랐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무너졌습니다. 푸스트는 자금을 엉뚱한 데 썼다며 소송을 걸었고, 이자까지 2,026굴덴으로 불어난 빚을 둘러싼 재판에서 이겨 성경 공방을 가져갔습니다. 1457년 푸스트와 쇠퍼가 낸 『마인츠 시편』은 인쇄업자 이름과 날짜를 밝힌 유럽 최초의 책이었지만 구텐베르크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1465년에야 마인츠 대주교가 그에게 궁정인 칭호와 연금을 주었고, 그는 1468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무덤은 지금 남아 있지 않습니다.

동아시아의 활자, 그리고 『직지』

필승은 구운 도자기 글자로 판을 짰습니다. 이를 기록한 심괄은 두세 부라면 번거롭지만 수백, 수천 부라면 놀랄 만큼 빠르다고 적었습니다. 1298년 원나라 관리 왕정은 나무 활자 3만여 개를 만들어 6만 자가 넘는 지방지를 찍었습니다.

금속활자는 고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1234년에 금속활자로 책을 찍었다는 기록이 있지만 그 책은 남아 있지 않고, 1377년에 찍은 불교 서적 『직지』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여겨집니다. 구텐베르크 성경보다 70년 넘게 앞섭니다. 프랑스 학자 앙리장 마르탱은 고려의 금속활자가 구텐베르크의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했지만, 재료와 활자 만드는 법, 찍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이 기술이 주로 왕실 주조소와 관청 출판에 묶여 상업적으로 퍼지지 못했습니다.

구텐베르크가 아시아의 기술을 알았는지는 학자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중국·한국의 기술이나 그 소식이 서쪽으로 전해졌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1450년 이전 유럽에서 아시아 활자를 알았다는 문헌은 하나도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무엇이 새로웠고, 얼마나 퍼졌나

구텐베르크가 쓴 납·주석·안티몬 합금은 낮은 온도에서 녹아 주조가 쉬웠고 단단했습니다. 다시 쓸 수 있는 금속 자모 덕분에 숙련공 한 명이 하루 4,000–5,000개의 활자를 만들 수 있었는데, 왕정의 장인들은 나무 활자 6만 개를 깎는 데 2년이 걸렸습니다. 1457년 마인츠에 한 대뿐이던 인쇄기는 1480년 유럽 전역 110대로 늘었고, 그중 50대가 이탈리아에 있었습니다. 인쇄술은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밀어 올렸습니다. 면벌부 판매를 비판한 루터의 「95개조 논제」도 인쇄되어 널리 퍼졌는데, 면벌부가 구텐베르크의 초기 인쇄물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구텐베르크로 배우는 영어 표현

표현 뜻 예문
to hit the press 인쇄되다, 출간되다 The new edition hits the press next week.
in black and white 문서로 분명히 I want the agreement in black and white.
to stand on the shoulders of giants 앞선 사람들의 성과 위에 서다 Gutenberg stood on the shoulders of giants.
a game changer 판도를 바꾸는 것 The printing press was a game changer.
to give credit where credit is due 공을 제대로 인정하다 Give credit where credit is due: Korea printed Jikji first.

연습 과제: 매일 쓰는 발명품 하나를 영어 세 문장으로 소개하고, "a game changer"와 "give credit where credit is due"를 넣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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