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귀' 이하는 누구일까? 시선 이백, 시성 두보와 나란히 불린 당나라 귀재
이백이 '시선', 두보가 '시성'이라면 이하는 '시귀'입니다. 27세에 세상을 떠난 당나라 귀재 시인 이하의 삶과 과거를 볼 수 없었던 사연, 환상적인 시 세계를 정리했습니다.
이하(791–817)는 중국 당나라의 시인으로, 자는 장길입니다. 이백을 '시선(詩仙)', 두보를 '시성(詩聖)'이라 부르듯, 이하는 '시귀(詩鬼)'라고 불립니다. 색채감이 풍부하고 날카로운 감각의 시를 지었고, 염세적인 차가운 눈으로 즐겨 유령을 다루었기 때문에 '귀신 같은 재주'를 지녔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의식을 맡는 봉례랑이라는 낮은 벼슬을 지냈을 뿐 다른 관직에는 오르지 못했고,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천재, 인재, 귀재
송나라의 한 학자는 이백을 '천재(天才)', 백거이를 '인재(人才)', 이하를 '귀재(鬼才)'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귀(鬼)'는 무서운 도깨비가 아니라 죽은 사람의 넋, 곧 유령을 뜻합니다. 이하는 유령이 나오는 무덤, 신들의 세계, 죽음 너머의 세상을 그 어떤 고전 시인보다 많이 노래했습니다.
몰락한 황족의 조숙한 천재
이하의 조상은 당나라를 세운 고조 이연의 숙부였던 이량이었습니다. 이하는 이 혈통을 몹시 자랑스러워했지만, 그가 태어났을 무렵 집안은 이미 중산층 정도로 몰락해 있었습니다. 그는 일찍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여 열네 살에 여러 편의 악부를 지어 이름을 떨쳤고, 열일곱 살 때는 당시 문단의 지도자였던 한유에게 격찬을 받고 그의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이름 때문에 과거를 볼 수 없었다
810년 이하는 진사가 되려고 장안에서 과거에 응시했지만, 아버지의 이름 '진숙(晉肅)'의 '진(晉)'과 진사의 '진(進)'이 같은 발음이라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시험을 거부당했습니다. 스승 한유가 '휘변'이라는 글을 지어 반박했지만 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지식인에게는 과거에 붙어 관리가 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목표였기에, 그 길이 막힌 이하는 깊은 실의에 빠졌습니다.
이듬해 그는 종9품상 봉례랑 벼슬을 얻어 다시 장안에 왔지만, 제례 때 자리 순서를 맡는 말단 직책이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813년 봄, 그는 '봉례는 관직도 낮으니 더 무엇이 있는가'라는 시구를 남기고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뒤 친구를 의지해 다른 관직을 구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고, 817년 갑자기 병을 얻어 어머니 곁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비단 주머니에 모은 시구
이하가 시를 쓰는 방법에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낮에는 낡은 비단 주머니를 메고 길을 나서, 시구가 떠오르면 바로 적어 주머니에 넣었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 그것들을 한 편의 시로 엮었다는 것입니다. 그의 전기를 쓴 시인 이상은은 이하가 몸이 마르고, 짙은 눈썹이 좌우로 이어졌으며, 손톱이 이상하게 길었다고 묘사했습니다.
그의 시는 왜 '귀신 같은' 시일까
만당의 시인 두목은 이하가 창작에서 이미 다져진 길들을 모조리 무시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의 시에는 망령과 기괴한 생물, 요괴, 초자연 현상이 자주 나오고, 때로는 괴이한 현상 자체가 시의 주제가 됩니다. '진상에게 드림'에서 그는 "장안에 한 젊은이 있어 나이 스물에 마음은 벌써 늙어버렸네"라고 읊었는데, 억울하게 길이 막힌 젊은이의 절망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이전에 아무도 쓰지 않은 비유와 새로 지은 말을 즐겨 써서 "이하의 시는 주석 없이는 읽기 어렵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백옥루 이야기와 우리와의 인연
이상은의 전기에는 이런 이야기도 전합니다. 어느 날 낮,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붉은 용을 타고 내려와, 상제가 백옥루를 다 지었으니 기문을 지으라며 이하를 불렀고, 그날 이하가 숨을 거두었다는 것입니다. 이 뒤로 '백옥루'는 문인의 죽음을 빗대는 말이 되었습니다. 고려의 문인 이규보는 이하의 '장진주' 마지막 구절에서 착안해 '속장진주'를 짓기도 했습니다.
후대에 남긴 영향
이하가 살아 있을 때는 '괴이한 것'을 동경하던 한유가 그의 문학을 이해하고 든든히 감싸 주었습니다. 만당 시대에는 유미주의 경향의 이상은과 사회파였던 피일휴가 이하의 시에 심취했습니다. 청나라에 이르러 그의 명성은 더욱 높아져, 비평가 심덕잠은 이하의 시를 두고 "천지간에 이런 문필은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습니다. 근대에는 청말의 혁명가 담사동, 중국 근대 문학의 아버지 루쉰, 마오쩌둥이 그의 시를 즐겨 읽었다고 합니다.
이하로 배우는 한국어 표현
| 표현 | 뜻 | 예문 |
|---|---|---|
| 귀재 | 세상에 드문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 | 그는 당나라의 귀재로 불렸다. |
| 요절하다 | 젊은 나이에 죽다 | 이하는 스물일곱에 요절했다. |
| 길이 막히다 | 나아갈 방법이 없어지다 | 과거를 볼 길이 막혔다. |
| 성에 차지 않다 | 마음에 들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 낮은 벼슬이 성에 차지 않았다. |
| 떠오르다 | 생각이 갑자기 나다 | 좋은 시구가 떠올랐다. |
연습: '귀재'와 '떠오르다'를 넣어,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에 대해 세 문장을 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