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를 70회까지만 읽었다면: 양산박 108호걸의 진짜 결말, 시내암 작자설의 허점, 홍길동전과의 인연
수호전은 시내암 작으로 알려졌지만 명대 판본은 '시내암 집찬, 나관중 찬수'라 적었다. 김성탄 70회본이 지운 결말과 홍길동전과의 관계까지 정리했다.
수호전의 결말은 판본에 따라 완전히 다릅니다. 김성탄의 70회본은 108명이 양산박에 모두 모이는 데서 끝나지만, 100회본과 120회본에서는 조정의 초안을 받아 관군이 된 호걸들이 요나라와 반란군을 치다가 대부분 죽고, 남은 이들도 탐관오리에게 독살당하거나 흩어지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영어권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3분의 2가 전사하고, 우두머리 송강도 결국 간신들에게 독살됩니다. 통쾌한 반란 이야기로만 기억하는 분이 많은 것은, 어쩌면 우리가 어느 판본으로, 혹은 어디까지 읽었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수호지, 수호전, 어느 쪽이 맞나
우리말 위키백과 표제는 '수호지'이고 '수호전'으로도 불립니다. 명나라 때의 장편소설로 시내암의 작품, 혹은 나관중과 시내암의 합작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국지연의》, 《서유기》, 《금병매》와 함께 중국 사대기서로 꼽힙니다. 원래 제목은 '충의수호전'이었고, 가정 연간(1522–1566)에 나온 간행본이 이후 널리 읽힌 판본들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두 이름이 섞여 쓰이니 어느 쪽을 써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내암 작자설은 생각보다 약하다
명대 자료는 시내암을 원나라 전당(지금의 항저우)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 밖의 생애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고, 추정 생존 연대와 그를 언급한 최초 기록 사이의 간격도 큽니다. 1540년 고유가 엮은 《백천서지》는 '전당의 시내암'을 원작자로, 나관중을 완성자로 적었고, 김성탄 이전 명대 판본들은 대개 표지에 '시내암 집찬, 나관중 찬수'라고 썼을 뿐 창작을 뜻하는 말은 쓰지 않았습니다.
시내암 단독 저자설이 굳어진 것은 김성탄이 자기 판본 앞에 시내암이 썼다는 서문을 붙이면서부터입니다. 오늘날 문헌학자들은 이 서문을 김성탄 본인이 쓴 것으로 보는 데 거의 이견이 없고, 동시대 사람 주량공도 김성탄이 70회 이후를 잘라 내고 나관중을 헐뜯으며 시내암 서문을 위조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앞의 70회를 시내암이, 뒷부분을 나관중이 썼다는 설, 아예 여러 사람의 공동 창작으로 보는 설이 함께 거론됩니다.
108명은 누구였나
이야기는 북송 인종 때 태위 홍신이 복마전의 봉인을 잘못 풀어 108개의 마성이 빠져나가는 데서 시작합니다. 본편은 휘종 선화 연간, 송강을 비롯한 108명의 호걸이 산동의 양산박을 근거지로 관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천강성 36과 지살성 72로 나뉩니다. 흥미로운 점은 108명의 이력이 하급 관리, 무관, 시골 학자, 농어민, 상인, 도박꾼, 도둑까지 정말 다양하고, 저마다 떳떳한 혹은 떳떳하지 못한 혐의로 양산박에 흘러든다는 사실입니다. 영웅 집단이라기보다 시대가 밀어낸 사람들의 집합에 가깝습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불타는 군량 창고에서 겨우 살아남아 양산박으로 들어가는 임충의 이야기는, 이 소설에서 나온 성어 '핍상양산(逼上梁山)', 곧 '어쩔 수 없이 반역으로 내몰리다'를 그대로 보여 줍니다. 무송의 호랑이 사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석 잔이면 고개를 넘지 말라는 깃발이 걸린 주막에서 열여덟 잔을 마시고 경양강을 넘다가, 몽둥이가 부러지자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습니다.
송강의 실제 반란
송강의 난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으로 《송사》 등에 짧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것이 전설이 되어 남송과 원나라를 거치며 이야기꾼과 연극의 소재가 되었고, 그 가운데 《대송선화유사》에는 이미 '송강 36인'의 모반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소설은 이런 재료를 바탕으로 명나라 초 무렵 독본 소설로 꾸며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둑을 가르치는 책
수호전은 수많은 무협 소설의 원조가 되었고, 《삼국지연의》와 함께 서민의 역사 지식과 인간학의 보고 역할을 했습니다. 역대의 도둑과 반란자들은 다투어 양산박 호걸 같은 별명을 자칭했고, 관에서는 '도둑을 가르치는 책'이라며 거듭 압박했습니다. 실제로 청나라는 1753년 만주어 번역을 금지하고 이듬해 모든 언어로 금지를 넓혔으며, 1799년에도 이 소설을 금서로 삼았습니다. 판본 이야기를 하나 더 하면, 100회본 뒤에 운문을 덜어 내고 후반 줄거리를 늘린 양정견의 120회본이 나왔고, 문체를 철저히 산문화하며 양산박 세력이 모이는 데서 끊어 버린 것이 김성탄의 70회본입니다.
홍길동전과 수호전
우리에게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홍길동전과의 관계입니다. 허균의 제자 이식은 허균이 수호전을 본떠 홍길동전을 지었다고 기록했고, 영어권의 중국 문학 연구자 엘런 위드머도 홍길동전을 수호전에서 많은 것을 가져온,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후손이라고 평가합니다. 양산박의 '체천행도'가 조선에서는 서자 한 사람의 활빈당 이야기로 바뀐 셈입니다. 일본에서도 1805년 교쿠테이 바킨이 호쿠사이의 삽화를 넣어 낸 번역본이 큰 인기를 끌었고, 우타가와 구니요시의 108호걸 판화는 전신 문신 유행까지 낳았습니다.
수호전으로 배우는 영어 표현
| 영어 | 뜻 | 예문 |
|---|---|---|
| outlaw | 무법자, 도적 | The outlaws gathered at Mount Liang. |
| be granted amnesty | 사면을 받다(초안을 받다) | The heroes were granted amnesty. |
| be driven to rebel | 반역으로 내몰리다 | Lin Chong was driven to rebel. |
| sworn brothers | 의형제 | They became sworn brothers. |
| a tragic ending | 비극적 결말 | The 100-chapter version has a tragic ending. |
연습: "be driven to rebel"과 "a tragic ending"을 써서, 좋아하는 양산박 호걸 한 명을 영어 두 문장으로 소개해 보세요.